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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팁/잡톡칼럼

나생문, 인간의 이중성과 진실에 대해..

by 건설워커 2013.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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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생문(羅生門, 라숑몽)

 

학창시절 도올 김용옥 선생을 통해 일본영화 <나생문(羅生門)>을 만난 적이 있다. 80년대 중반 군(軍)에서 제대 복학 후 '김용옥 교수의 강의가 재밌다'고 해서 그냥 '학점 채우기'로 듣게 됐는데, 진짜 한번도 졸지 않고 즐겁게 수강했던 유일한(?) 과목이었다.  과목이름이 '세계사'였던가.. 30여년 전이라 기억이 가물~. 어쨌든, 살다 보니 옛친구들과 모임이 잦아지는 걸 느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친구들간에 트러블(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도올의 입을 통해 들었던 이 영화를 떠올리곤 한다.  

 

2009년 나생문 연극공연 포스터, 아트센터K 동그라미극장

나생문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소설인 '덤불 속'이 원작인데,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에 의해 영화화(라숑몽)되어 1951년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와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등을 수상했다. 국내에서 연극으로 재탄생한 나생문은 과거(?) 인기그룹 GOD의 멤버 데니안의 출연으로 더욱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나생문은 하나의 살인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엇갈린 진술을 통해 극한에 몰린 인간의 심리를 다룬다. 한가지 사건을 두고 표면적으로는 진실을 말하는 듯하지만, 의도적으로 (혹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고 방어하고자 하는 인간의 자기방어욕구. 또 그것으로 인해 기억의 왜곡 속에 웅크리고 있는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이야기는 타조마루라는 산적이 사무라이(무사)를 죽이고 그의 아내를 강간한 사건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사건의 관련자들은 재판에서 각자 서로 다른 진술을 늘어놓는다. (자기에게 유리한 진술)

 

➀ 살해범으로 붙잡힌 산적(타조마루)의 증언 
관헌에 붙잡혀온 산적은 이렇게 증언한다. 그는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사무라이의 부인이 너무 아름다워 흑심을 품었다고 자백한다. 좋은 칼을 보여주겠다고 사무라이를 속여 그를 묶어 놓는데 성공한 산적은 사무라이의 눈앞에서 그의 아내를 겁탈하고 그녀에게 자신과 살 것을 권한다. 그러자 그녀는 사무라이와 결투를 벌여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 달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타조마루는 무사의 결박을 풀어주고 정정당당한 결투를 벌여 그를 살해했다고 주장한다.

 

➁ (타조마루에게 강간을 당한) 사무라이 아내의 증언 
사무라이 아내의 증언은 사뭇 다르다. 타조마루가 자신을 강간한 후 사라져 버렸고, 정조를 더럽힌 그녀를 바라보는 남편(사무라이)의 눈빛에서 모멸감을 느끼고 잠시 혼절후 깨어나니, 그녀가 들고 있던 단검에 남편이 찔려 죽어있었다는 것이다.

 

➂죽은 사무라이(혼백)의 증언 
무당의 입을 통해 증언되는 사무라이(무사)의 혼백은 또 다르게 말한다. 타조마루에게 강간당한 아내는 남편을 죽이고 자신을 데려가 줄 것을 애원했다. 그러자 그녀의 말에 환멸을 느낀 타조마루는 화를 내고 사무라이를 풀어준 뒤 사라졌다는 것이다. 무사로서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고 아내에게까지 배신당한 사무라이는 그 자리에서 명예롭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한다. (참 사무라이 다운 변이다.)

 

➃ 나무꾼(목격자) 
이 살인사건의 진술을 듣던 나무꾼은 이들의 증언이 모두 거짓이라고 소리친다. 

 

 

이야기는 타조마루라는 산적이 사무라이(무사)를 죽이고 그의 아내를 강간한 사건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사건의 관련자들은 재판에서 각자 서로 다른 진술을 늘어놓는다.


 

하나의 사실, 진실(더 정확히 진술)은 여러개인 세상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는 걸까? 아니 진실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타조마루와 사무라이의 아내, 사무라이(의 혼령), 나무꾼 중 누구의 이야기를 믿느냐는 우리(관객이나 독자)의 몫이다. 소설과 영화, 연극은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피해받고 싶지 않은 인간의 '이기심' 이나 '이기주의'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ㅎㅎ


나생문은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도 사람에 따라 다양한 시선이 존재할 수 있음을 전달한다.

<나생문>은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도 사람에 따라 다양한 시선이 존재할 수 있음을 전달한다. 우리는 과연 어떤 기준으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야 할까. 그 답은 각자의 인생에 비추어, 신념에 기대어, 믿음의 크기에 비례해, 시대의 윤리에 입각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 ㅎㅎ

 

 

살다보면 당연히 내가(혹은 네가) 어떤 사건 속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조용히 살면 인구에 회자(人口膾炙)되는 일도 그만큼 줄어들겠지만~ 어쨌든 완전히 피할 순 없다... ㅋ 

 

 

돌이켜보니, 최근 몇 년간 친구모임에 푹 빠져있었던 것 같다. 원래 <나>라는 인간은 <친구 사귀기>에 별로 관심이 없고 소수의 친한 친구들과만 조용히 지내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중년에 접어들어 동창모임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내 습성이 많이 변한 것을 느낀다. 어린시절을 함께한 옛친구들은 기본적으로 부담 없이 편하게 만날 수 있어 좋다. (계급장 떼고 동심으로~!)

 

그런데, (또 그런데인가..ㅋㅋ) 친구를 만나고 인생스토리를 담다보면, 문득 내가(혹은 우리가) 나생문의 주인공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짧게 생각하면 친구 간에 원망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면 그리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사람이 살면서 친구랍시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다가 서로 등 돌리고 아파하고~ 우리 인생살이 중 앞으로 살날이 얼마나 될까. 친구 간에 좋은 말만하고 좋은 일들만 하고 살아도 모자란 듯한데,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고 손가락질하고… 무심코 툭툭 던진 한마디. 그 한마디가 상대에게 비수로 들릴 때도 있다. 서로를 각별히 생각하고 배려하는 말을 한다면 친구든 사랑이든 오래 갈 것이다. 이는 촌부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로 던지는 오늘의 바램이자 화두다.

 

 

 

 

“인간은 그 자신에 대해 정직해 질 수 없다. 자기 자신을 얘기할 때면 언제나 윤색(사실을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나생문은 그러한 인간, 즉 자신을 실제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인간을 그리고 있다. 이기주의는 인간이 날 때부터 갖고 있는 죄악이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

 

 


 


최초 작성일: 2010.04.19  수정 작성일: 2011.09.09 수정 작성일: 201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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