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23일 연세대 졸업식 날 이런 문구의 현수막이 캠퍼스에 걸렸다. 명문대를 나와도 일자리가 없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느껴진다. 다른 대학은 연대보다 좀 나은가? 2016년, 2017년, 2018년, 2019년, 2020년에는 좀 나아질까?
서연고(서울대·연세대·고려대)
서성한이(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이화여대)
중경외시이(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이화여대)
건동홍숙(건국대·동국대·홍익대·숙명여대)
국숭세단(국민대·숭실대·세종대·단국대)
광명상가(광운대·명지대·상지대·가톨릭대)
한서삼(한성대·서경대·삼육대)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엄마들이 말하는 좋은대학 나와서 좋아? 근데 취업은 했니?"
"학벌취업 옛날 얘기"..'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답부터 찾아라
10년 전만 해도 스카이 출신 구직 상담자는 많지 않았다. 사진은 취업박람회의 한 부스에서 상담을 기다리고 있는 구직자들 /사진=건설워커
글. 유종현 건설워커 대표 / 입력 2015.12.09 11:56 | 최종수정 2016.05.12 06:46
'서연고 or 스카이', '서성한이 or 중경외시이' '중경외시 or 경중외시' 해마다 입시철이면 대학가 서열논쟁이 수험생과 대학생 사이에서 뜨겁다. 누리꾼들은 CPA(공인회계사)나 변리사 합격자수, 수시 경쟁률, 수능 배치표, 세계대학순위, 아시아대학순위, 취업률 등 그럴싸한 근거를 덧붙여가며 학교 자랑질(?)에 열을 올린다. 학교별, 학과별 특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대학 배지를 피마리드식으로 나열하기도 한다. 지나가는 소가 웃는다.
그나마 이 정도에서 그치면 양반 축에 속한다. 익명성을 무기로 타학교에 대해 완전히 날조된 정보, 음해성 정보를 퍼뜨리는 훌리건들도 많다. 네이버 지식인 등에서 익명으로 '훌리짓'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 '모교의 평가를 높이겠다'는 관점에서 볼 때도 백해무익한 행위다.
■ 80년대식 간판 부추기는 학원가 '속셈'
나는 1997년부터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취업시장에 몸담고 있다. 구직자, 이직자를 상대로 취업상담을 하는 것이 내 일과 중 하나다. 그중에는 소위 스카이 출신 백수들도 꽤 있다. 오늘은 퇴직을 앞둔 대기업 임원을 만나 면접을 보고 진로 상담을 해줬다. 연봉 2억원대의 스카이 출신 임원이다. 그런 내 눈에는 대학서열놀이가 안타깝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다.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한마디만 하고 시작하자. "SKY 나오면 뭐하노? 백수가 천지빼까리인데…"
2009년 연세대 졸업생 가운데 49%가 비정규직으로 취직했다는 연세춘추의 기사가 있었다. 서울대, 고려대도 연세대보다 나을게 없다. 이제는 SKY를 졸업해도 그들 중 소수만이 대기업의 정규직 혹은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취업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이미 SKY의 신화는 무너졌다.
70~80년대 만해도 스카이 간판이면 목에 힘줄 수 있었고 취업도 정말 잘됐다. 공부 잘해야 명문대 갈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아니다. 눈치작전의 승자가 '좋은(?)' 대학을 간다. 대학입시가 '수시'와 '정시'로 나뉘고 '수시합격자는 정시지원 불가'와 같은 초법적 제도가 시행되면서 '학운(학교운)'이니 '수시납치'니 하는 이상야릇한 말까지 생겼다. 수시는 '수상한 시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도가 아직은 정착되어 있지 않다.
그런 탓에 수능 만점자가 비SKY 대학에 진학하기도 한다. 만점자 본인이 원해서 비SKY를 선택한 것이 아니기에 문제다. 수능 점수가 더 낮은 학생이 정시 배치표 더 위쪽(?) 학교 학과에 가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복불복 입시'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복잡하고 헷갈리는 입시제도 덕분에 입시학원과 입시 컨설턴트들만 더욱 잘 먹고 잘살게 된 것 같다.
솔직히 입시학원이 대학서열을 만들고 즐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문대 합격 현수막, 전단지 등 무분별한 진학 실적 홍보물이 학벌주의를 부추기고 차별을 조장한다. 학원이 있는 어느 건물에 밥을 먹으러 들어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소위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들 사진으로 벽을 도배해놨는데, 벽면이 지저분하고 칙칙해서 마치 영정사진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아이들에게 지나친 입시 경쟁과 학벌 의식을 부추기는 동시에 인권을 침해하는 비교육적인 광고행태를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 앞으로 수능점수로 대학 가는 정시 비중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대학은 그들이 원하는 인재를 뽑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시도하고 있다. 점수와 서열의 시대는 가고 특성화, 차별화의 시대가 오고 있다. *부정입학 불공정입학 논란이 수시 전형의 최대 걸림돌이지 싶다.
■ 대기업, 공기업, 스타강사, 성공인물에 비명문 지방대 출신 수두룩
"학교 간판이 중요한 시대는 부모님 세대에 끝났다" 요즘엔 명문대 나와도 취업을 못하는 현상이 일반화됐다. 명문대 들어갈 때는 어깨가 으쓱할 만큼 폼이 절로 난다. 하지만 정작 나올 땐 "별거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들이 그렇게 가고싶어하는 대기업, 공기업에 비명문대 출신들이 거뜬히 합격하는 현실을 보면서 싸구려 우월감은 사라진다.
'명문대 과잠'은 일개 점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다시 말하지만 명문대 간판은 (자부심은 될지언정) 더이상 '미래(좋은 일자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좀 심하게 말하면 눈꼽 만큼의 메리트도 없다. 과거에는 명문대 출신에게 내부적으로 우대점수를 주는 기업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런식으로 인재를 뽑는다면 그 기업은 곧 망할 기업이다. 안망하면 다행이고 신기할 따름이다.
최근 한 경제신문 기사에 따르면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A씨는 3년째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2년간 50개 넘는 기업에서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그는 바보인가. 아니면 루저인가. 우대점수를 못받았나(뭔놈의 우대점수). 아니 이게 현실이다. 이처럼, 서울대 출신들도 합격하기 어렵다는 대기업을 들여다보면 지방대 출신 직장인들이 수두룩하다.
물론 최고경영자(CEO)들의 프로필을 보면 명문대 출신이 많긴 하다.(아직은...) 하지만 민간기업에 들어가 CEO까지 올라가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그래봤자, 오너가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
한때 잘나가던 대학 동기가 대기업을 명예 퇴직한 후 세븐 일레븐 가맹점을 오픈했다. 오랜만에 친구 응원차 편의점에 들렀더니, 그는 "장사가 안되서 알바생 월급 주고 나면 집에 가져갈 돈이 없다"며 "기한 지난 폐기 도시락, 삼각 김밥으로 끼니를 때운다"고 했다. SKY법대 출신으로 대기업을 명퇴한 사촌 형은 PC방 사업을 하다가 쫄딱 망했다. 그후 동네 수퍼 아저씨, PC방 사장님들을 다시 보게 됐다. "저분도 혹시 스카이 출신(?)..."
대부분의 청년들은 어렵게 취직을 하더라도 삼팔선(38세 조기 퇴직 강요선) - 사오정(45세 정년) -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의 험난한 산을 넘어야 한다. 밖에서는 정년 연장을 떠들지만, 실제로는 30대 중반에 이메일로 해고 통보를 받을 수 있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또 애를 쓴다. 옆집 아들도 공시준비생, 뒷집 딸도 공시준비생. 다들 알겠지만, 공무원 시험에 학교 간판이 무슨 소용인가...
■ 간판 좋다고 맛집? 간판은 간판일 뿐
왜 이렇게 취업이 안되지? 그건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 2013년 15~24세를 기준으로 한 실업률은 프랑스 23.9%, 이탈리아 40.0%, 영국 20.9%, 미국 15.5%를 기록했다.(한국노동연구원 자료)
와~! 그러면 어떻게 해야 취업이 되지? 취업전략, 그건 내 전공 분야이지만 여기서 논하기엔 한계가 있다. 핵심만 짚고 넘어가자.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기업들은 '학교 간판'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열린채용'을 확산하고 있다.
두고봐라. '스펙 타파 채용' '학벌 파괴 채용' '블라인드 채용' '블라인드 면접'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불필요한 스펙을 줄이고 직무역량 강화에 주력하는 '맞춤형 취업전략'이 필요하다. 능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해야 능력도 발휘하고 성공할 확률도 높아진다.
그래서 (간판보다) 전공과 적성이 중요하다. 내 친구 딸내미는 몇해전 SKY대 화학과에 입학했지만 1년도 채 못다니고 때려치웠다. 반수 해서 더 좋은 학교에 가려고? 아니다. 수능 점수에 맞춰서 '학교'를 선택했는데, 전공이 도저히 적성에 안맞아서 적응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이제 수능 점수로 대학 줄세우기 그만하자. 학교 간판 만으로 잘난 척하지도 말자. 다 웃기는 얘기다. 과거와는 달리 간판의 위력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 명문대 뺏지? 그냥 대학 다니는 동안 부모님께 잠깐 효도 했다고 위안 삼을 수 있을 뿐이다. 명문대 나온 백수보다 비명문대 나온 직장인이 (부모님 입장에선) 효자 효녀다. (효자 효녀 개념이 ㅠㅠ)
면접 결과는 여러 명의 면접관이 회의를 거쳐 도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나 면접관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스펙을 완전 무시하고 블라인드 면접으로 뽑았는데... 뽑고 보니 스카이 출신이더라" 말할 것도 없이 간판도 좋고 맛집인 경우다.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
■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자신을 차별화하고 명품으로 만들어라"
모든 대학은 다양한 인재들의 집합소이다. 각 대학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특성화된 학과가 다르다. 명품 옷을 입었다고 명품 인간이 아니 듯이, '명문대=미래보장'은 아니다. 그러니 당장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갔다고, 너무 좋아하거나 실망하지 말기 바란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간판이 밥 먹여 주던 시대는 지났다. 직업 하나로 평생 사는 시대도 끝나가고 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라. 다양한 경험(혹은 경험자의 조언)을 통해 자신의 길(전문분야)을 찾아야 한다. 대학에 가서, 사회에 나와서, 생각과 꿈이 바뀔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자기 자신이 그 분야에서 특성화 되고, 전문화 되고 명품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느 대학을 나오든, 어느 길을 가든, 프로의식과 장인정신을 갖고 있어야 성공한다.
간판이 좋다고 맛집은 아니다. '허름한 맛집'도 많다. 간판은 간판일 뿐이다. 당연한 것 아닌가. 제발 지잡대라는 표현 좀 쓰지 마라. 스스로 학벌의 노예가 될 이유가 없다. 세상은 넓고 오를 산은 많다. 이런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아류가 되려 하지 말고, 항상 최고의 자기 자신이 되라" - 끝.
1.학창시절에 관심없는 분야를 전공하는 것.
2.직장에서 최악의 상사를 만나는 것.
3.사랑하지 않는 배우자와 사는 것.
'쎄시봉' 윤형주는 한국대중문화에 한 획을 그은 가수 중 한 명이다. 그는 연세대와 경희대를 합쳐 의대를 9년이나 다녔지만 결국 본과 3학년에 중퇴하고 말았다. 그에게는 의사가 아니라 가수가 천직이었던 것이다. 명품 가수가 되는데, 명문대 의대 학벌은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이 글은 취업정보 전문가의 시각에서 작성됐습니다. 취업이 전부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명문대를 디스할 의도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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